철공소와 예술의 만남, 문래동 예술촌 골목에 다녀오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길거리 곳곳에 벚꽃과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걸 보니 정말 봄임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봄이 오면 같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위험 수치를 넘나들기때문에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조차 가지 못해 아쉬운 한 주였습니다. 비 온 뒤 맑아진 날씨를 핑계로 새롭게 떠오르는 서울의 핫플레이스, 서울 문래동에 다녀왔습니다.

긴 역사를 가진 문래동은 아직 그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방적 공장이 들어서면서 당시 '물래'라고 부르던 방적기계로부터 지금의 '문래'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철강공장, 철강소가 많이 생겨났고 현재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리 잡으며 예술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문래동 예술촌은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앞으로 직진하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길가에 문래예술촌 관련 방향 안내판과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서울의 여느 핫플레이스 라기에는 생소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낮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문래동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골목 사이 사이를 잘 살펴보면 투박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공방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가구 공방 앞 전시된 나무 조각품과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가죽 가방에 시선을 사로잡혔는데요. 이외에도 제빵, 플라워 클래스와 같이 예술촌과 어울리지 않는 듯 조화로운 가게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창문 너머로 만나본 작업 현장에서 전문가의 손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잉~'하는 익숙하고 낯선 소리를 따라 반대편 골목을 따라가보면 철강소가 있는데요. 그 건너편에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골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박하고 단단한 철강과 섬세하고 자유로운 예술이 한 군데에 공존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할 텐데요. 90년대 초 철강 산업의 메카였던 문래동은 극심한 공기 오염으로 철강판매상가를 모두 서울 밖으로 이전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늘어난 골목의 빈자리를 새로운 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에 의해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철의 기운이 가득하던 골목에 예술이 들어오며 철인들에게는 예술의 생기를, 예술인들에게는 철로부터 오는 영감을 공유하며 서로 닮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의 문래 예술촌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취재 당시 유난히 고양이를 많이 만났습니다. 플라워 클래스 앞을 지나다 가게 안의 고양이와 눈인사를 주고받을 때, 어디선가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지붕 위의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문래동은 촬영 장소, 맛집 투어 등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지만, 그 이전에는 주거 단지였다고 해요. 철인과 예술인의 일터일 뿐만 아니라 주민,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는 동네이기 때문에 방문객들로 인한 초상권 침해로 골목 곳곳에 초상권 존중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주민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소음 문제로 주민들이 입는 피해도 크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을 때나 집 앞을 지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 :)

전문 사진작가부터 사진 동호회까지 다양한 분들이 출사를 나왔습니다. 안내문 때문인지 취재일 당시 만난 분들은 목소리를 낮춰 대화하며 조심스럽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시민의식에 제가 다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다양한 골목 중 저는 문래동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살린 골목에서 촬영을 해보았는데요. 문래동 모든 골목이 포토존이기 때문에 다른 명소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래동 예술촌 골목 곳곳에는 예술가들의 자유로움을 드러내는 다양한 벽화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전시 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 같은 공간이었는데요. 저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자이크 기법으로 그려낸 벽화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명화를 재해석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값싼 임대료의 예술 공간을 찾아온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는 갤러리가 많은데요. 문래동 예술촌 같은 예술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서 다행인 한 편, 아직까지 경제적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하는 예술가도 존재할 것입니다. 예술이 돈에 국한되지 않고, 돈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길 바라며 예술을 예술 자체로 바라보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

최근 문래동 예술촌이 핫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수많은 맛집이 생겨났기 때문인데요. 다양한 음식점 중 저의 초이스는 바로 ‘양키스 버거’ 입니다. 문래동 맛집 중 가장 유명한 수제 버거 집으로 철공소를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천장이 높아 가게가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투박한 벽과 문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위에 느낌 있는 포스터와 벽화가 네온사인과 어우러져 마치 미국 서부의 햄버거 가게를 연상시킵니다. 저는 양키스 버거의 시그니처 버거인 ‘문래 버거’와 ‘클래식 치즈버거’를 주문했습니다. 트러플 향의 버섯이 들어간 문래 버거는 맥주와 환상 조합이었습니다.

철과 예술의 문래동 예술촌 특유의 분위기를 가득 담아낸 소박 하면서도 투박한 매력을 가진, 분위기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근처의 직장인, 주민들뿐만 아니라 멀리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카페 ‘WAVES’로 향했습니다. 갤러리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테마의 카페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빨리 여름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푸릇푸릇한 식물들로 꾸며진,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웨이브스를 선택하였습니다. 이곳은 새우, 아보카도를 이용한 건강식 디쉬를 판매하지만, 커피, 맥주, 와인도 별도로 판매하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가 쉼터로 애용하는 공간입니다. 양키스 버거에서 시작된 낮 맥주는 웨이브스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높은 계단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니 마치 휴양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술과 트렌디한 문화가 공존하는 문래동 포스팅 괜찮으셨나요? 현대홈쇼핑 대학생 기자단으로서 서울에 다양한 명소들을 취재 다니며 느끼는 것은 모든 동네는 그곳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떠오르는 새로운 명소들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여러분이 평생 자라온, 혹은 지금 사는 동네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다니며 그곳의 매력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날이라도 마스크는 꼭 챙기시고 2018년의 한 번뿐인 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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